- 아나레슨과의 인연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여러분도 잘 아실 아프리카 속담입니다.
이 속담을 제가 아나운서라는 종착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빗대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 가면 갈 수 없지만, 함께 가면 갈 수 있다.’
2011년부터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해, 2016년 말 극동방송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5년이 넘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나운서라는 꿈에 대한 충만한 열정으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가고 고민의 늪에 빠질 때가 많았습니다.
만약 이 여정을 혼자 걸어가려했다면, 저는 도중에 주저앉아 아득한 길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가 주신 감사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특히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게 훈련시켜 주시고,
어디로 가야할지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신 아나레슨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2011년과 2012년, 아나레슨 입문반, 심화반, 프로젝트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입문, 심화반을 수료한 후 2011년 12월부터 수강했던 ‘세한계회’(歲寒契會)라는 프로젝트 반 수업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세한계회는 몹시 추운 겨울 (세한,歲寒)에 인연을 맺은 모임(계회,契會)이란 뜻으로,
물리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겨울이었던 그 시기를 한 마음이 되어 의미 있게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반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과제부터 특별했습니다. 12월 31일, 종각에서 제야의 종 치는 현장을 직접 보고 내레이션 원고 써오기,
원장님께서 소개해주신 도슨트 선생님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표 유물을 관람하고 프로그램 대본 써오기,
소극장에서 예술 영화 한 편을 보고 소극장에 대해 취재해오기, 음악,미술,역사에 관한 주어진 책을 읽고 프로그램 구성해오기,
클래식 프로그램 작곡가 특집으로 1시간 짜리 원고를 구성해 오기 등이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사실 그 때 당시엔 버거운 과제를 앞에 두고 ‘시험에 합격하려면 뉴스, MC 대본 읽는 연습이 급한 것이 아닌가?
PD나 작가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읽고 보고 듣고 쓰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매주 무언가를 읽고 쓰고, 어딘가로 발걸음 해 오감으로 느끼고 체험하면서
이런 과정이야말로 ‘말’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꼭 다져야 할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단지 원고를 잘 읽는 법이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꼭 필요한 세상 보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덕분에 수업이 아니었다면 무심히 지나쳤을 많은 지식과 현장들이 제 말과 글의 소재가 되었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그 때 선생님들께서 내주신 과제가 요즘 제가 아나운서로서 현업에서 하고 있는 일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원고를 직접 쓰고, 방송 도중 상황에 맞는 적확한 말을 구사하고, 현장에 취재를 나가는 일들인데요. 평소에 많이 읽고, 쓰고,
경험하시면서 여러분만의 ‘말 창고’를 만들어 두신다면 시험에서도, 현업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극동방송 시험에 대해서
1차 자기소개서
2016년 공채의 자기소개서 질문 내용은 총 5가지였습니다. 글자 제한수가 적게는 200자에서 많게는 500자까지였기 때문에,
간략하게 핵심 내용만 서술했습니다. 각 항목마다 첫 문장에 핵심이 되는 성경 말씀을 인용했고, 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했습니다.
실제로 평가자분들께서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다 읽어보시고 평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해야만 서류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합격한 동기들 중에는 극동방송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친구들,
산학협력 인턴으로 활동한 친구 등 극동방송과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 분들은 자소서에 극동방송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에 대한 더욱 깊은 관심과 애정을 녹여내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꼭 직접적인 인연이 없더라도, 청취자로서 극동방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 작성한다면 진정성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저는 중요한 수술을 받던 날,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들었던 ‘소망의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아래 2016년 신입 공채 자소서 항목을 첨부하겠습니다.
1. 지원자 본인은 구원을 받으셨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렇게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요?(핵심적인 내용만 요약해서 서술) [ 0 / 200자 ]
2. 귀하의 입사 전 경험이나 경력사항이 극동방송의 사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핵심적인 내용만 요약해서 서술) [ 0 / 250자 ]
3. 극동방송이 주관한 행사나 방송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었거나 영향을 받은 사역과 그 이유는?(핵심적인 내용만 요약해서 서술) [ 0 / 250자 ]
4. 신앙간증이 포함된 자기 소개서 [ 0 / 500자 ]
5. 입사 후 본인의 의사와 다른 타 지사로 발령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0 / 100자 ]
2차 필기시험
논술 / 성경(요한복음, 로마서), 극동방송 상식/ 영어 / 국어
◆ 논술은 두 문제 중 택1이었습니다.
1) 마태복음 6:33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말씀을 바탕으로 본인의 신앙관과 직업관에 대해 작성하라.
2)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이슈화됐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씨는 영생교의 사이비 이단 교주이다.
사이비 이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순수복음방송을 지향해온 극동방송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취해야 할 정책에 대해 논하시오
저는 1번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크리스천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서술했습니다.
◆ 성경 시험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왔습니다.
-성경 구절 괄호 안에 들어갈 단어 채워 넣으시오.
-주어진 성경 단어의 뜻은 무엇인가?
-설명하고 있는 성경인물은 누구인가?
-주어진 말씀이 몇 장 몇 절 인가?
등이었습니다.
요한복음과 로마서가 시험범위로 주어졌는데요. 저는 우선 요한복음과 로마서에서 중요한 구절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문장을 모두 외웠습니다.
또한 성경 인물과, 성경 단어 등을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성경은 무엇보다도 말씀 한 절 한 절을 꼼꼼히 보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주요 말씀 구절은 모두 암기하시고, 시중의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 문제집을 풀어보시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극동방송 상식
극동방송에서 제공한 ‘제주극동방송 창사 40주년 기념집 / 바로 알고 더 많이 사랑하기’ 자료집에서 시험이 나왔습니다.
주관식 문제가 꽤 나와서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료집을 쭉 읽어보시되, 소제목에 나온 주요 인물과 기관의 이름, 극동방송 주요 행사 등은 풀네임으로 정확히 암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영어는 토익과 문제 유형, 난이도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과목인 것 같습니다. 시험 전,
감을 익히기 위해서 토익 기출문제를 유형별로 풀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기 중에 모르는 단어가 있을 만큼 난이도는 꽤 높은 편에 속했습니다.
◆ 국어 또한 시험범위가 따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KBS 한국어능력시험의 어휘,어법 파트에 나오는 문제 유형과 비슷합니다.
‘맞춤법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단위가 틀린 것은?’ 등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3차 카메라 테스트 및 1차
카메라 테스트 / 영어 면접 / 신앙 관련 면접
◆ 카메라테스트는 스튜디오에 입장하기 1분 전에 원고가 주어집니다. 뉴스 한 꼭지와 DJ 오프닝 멘트 한 꼭지가 주어졌는데요.
빠르게 중심 내용을 파악하며 속독하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음성’이 시험 평가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여, 편안한 목소리로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 영어 면접은 4명이 한 조가 되어 함께 들어갔습니다. 먼저 주어진 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시험을 봤습니다.
(시간 사정상 번역 시험을 보지 않은 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극동방송에서는 영어로 다른 나라 기관과 E-MAIL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쓰기 실력을 평가하는 것 이라고 하셨습니다.
구술 면접은 일상적인 질문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전공은 무엇인지?” 등이었습니다.
◆ 신앙 관련 면접
4명이 한 조가 되어 들어갔습니다. 면접관은 8~9분 정도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면접의 첫 질문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기도하시오.’였습니다.
공통 질문으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생각’ ‘성경 일독을 했는지’ 등을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개별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극동방송은 오직 복음을 전하는 방송인데, 이 복음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전할 것인지?’
‘경력이 많은데 왜 여러 곳에서 일했는지?’
‘천지 창조 후 예수님이 오시기까지의 몇 년 걸렸는지?’
저는 사실 대답을 지혜롭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고, 꾸밈 없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답변’도 중요하지만 면접에 임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지원자가 이야기할 때 경청하고, 올바른 자세로 면접에 임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4차 최종 임원 면접
이사장님 및 임원진 등 총 5분께서 면접관으로 들어오셨습니다.
8명이 한 조가 되어 공통 질문을 받았습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극동방송에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인지?’였습니다.
영어 질문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꿈꿨던 미래는 무엇인지?’였습니다.
최종면접에서는 질문도 적고,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핵심’만 임팩트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입사 후 들은 이야기로는, 답변을 할 때 면접관 분들의 눈을 잘 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마 답변의 ‘진실성’이 눈의 응시 여부에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저는 현재 극동방송 전국 12개 지사 중 목포극동방송에 발령을 받아 소망의 기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망의 기도는 문자나 전화로 보내주신 사연을 두고 목사님과 청취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수술을 앞둔 어르신,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딸을 둔 어머니,
취업이 되지 않아 좌절을 겪고 있는 청년 등 인생 가운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나의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라는 거창한 비전을 두고 아나운서를 꿈꿔왔지만,
인생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방송으로 함께해주시는 청취자들 덕분에 도리어 위로를 얻습니다.
이처럼 위로를 얻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송인이 되는 일은 분명 축복된 일입니다.
방송을 꿈꾸고 계신 여러분들의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파이팅!!!